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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저드 베이커리
    04 2014. 11. 10. 22:47


    마법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의 모든 요소에 오감이 열려있는 자. 양극성의 원리에 의해 하나의 힘은 그와 반대 극에 있는 다른 힘을 자석처럼 끌어당긴다는 거였다. 마법사는 그 자기장 안에서 생동하는 원소의 움직임까지 감지할 수 있다. 그리고 자기 자신도 우주를 구성하는 대원리에 종속된 한 개의 원소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는다. 의지와 무관하게 누군가는 탄생하고 누군가는 흙으로 돌아가 분해되는 것처럼, 자신이 아무리 숙명을 거부해도 어느새 그것에 따라 움직이고 있음을.


    무형의 의지라는 것이 자신의 삶의 자리를 결정할 수만 있다면. 그럼 나는 처음부터 이곳에 들어올 일이 없었을 터다. 늘 강조했듯이 나는 단지 거기 있었을뿐인데. 단지 거기 있었을 따름인 내게, 왜.



     

    옛이야기에서와 달리 지금 사람들이 마법의 과자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건 당장의 물리적이고 물질적인 필요보다는 대체로 추상적이고 감정적인 문제 때문. 과열된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수소를 가득 담은 풍선만큼이나 끝없이 상승할 수 있다. 감정과 풍선의 공통점은 비가시권의 높이에서 제풀에 폭발해버린다는 것.


    그에 비하면 현실이란 그넷줄이나 위로 튀어오르는 공과 같이 얼마나 건조하고 절망적인지. 언제나 눈에 보이는 곳까지밖에 오르지 못하며, 땅이 잡아당기는 힘을 뿌리치지 못하고 내려오니까.


    지금의 나는 마법사네 빵가게라는 안전한 결계 속에서 땅에 떨어지기를 도리질하고 있다. 이곳에 평생 머물 수 없고 언젠가는 내려와야 하는 걸 아는데,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데. 알고는 있다. … 그래도 이 모든 일에서 피해 갈 수는 없다는 것을.


    현실은 쓴데 입 속은 달다.


    「위저드베이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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